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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의 기록

일기.

너무 우울한 하루였다.
뭘 해도 시원치 않고, 뭘 해도 잘 되지도 않을 것 같았다.
당연히 마무리도 안될거다.

나는 방황하기 시작한다. 무작정 걷는다. 목적지는 없다. 단지, 돌아와야 할 곳만 있다. 그래서 멀리 떠나지도 못한다.

강 바람도 쐬고, 해가 지는 하늘도 보고, 커피집에서 나는 커피향도 맡는다. 누가 보면 대단한 리프레쉬로 보이겠지만, 그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일 뿐이다. 이게 과연 호강일까?

간만에 보는 후추는 평소와 다르게 냥냥거리며 반기는 것 같다. 제네시스 보닛 위에 있다가 날 보더니 냥~하면서 바로 내려온다. 오랜만이라 반가웠나보다. 하긴... 며칠 안보였다.
난 익숙하게 길가 계단에 걸터앉고 후추는 내 옆으로 와서 몸을 찰싹 붙인다. 오늘따라 유독 냥냥거린다. 몸을 자꾸 비비려고 한다. 적당히 피하며 비비는 부분을 손으로 만져준다. 나와 눈을 마주치며 만족스러운 눈빛을 보인다. 그리고는 녀석의 똥꼬를 내 다리쪽으로 향한다. 난 최대한 피한다. 좋아한다는 표시로 냄새를 묻히려 하는 것이다. 똥내가 나는 건 그닥 안좋다.
그렇게 쓰다듬고 피하는 행동을 좀 반복하니 지겨운듯 창살 안 집으로 향하는 후추... 나도 그만 일어나야 할 것 같다. 지친다. 내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선 후추는 다시 나왔다. 난 '안녕'하며 손을 흔들었고 뒤돌아 간다. 후추는 조심스럽게 날 보며 조금씩 따라온다. 내가 어디 사는지 대충은 알거다. 내가 정말 집으로 가는거라는 눈치를 채고 근처 차 아래에 몸을 낮춰 들어간다.

난...
오늘 그렇게 또 한번의 단념을 한다.

'너도 네 집으로 가... 어차피 내 것이 아니라면, 아무 의미 없는 짓... 꼭 내 것이 아니어도 되지만 난 내 것이었으면 해. 근데 넌 이미 아닌걸... 내가 원해도 넌 그저 잠시 날 탐할뿐...'

기분이 이렇다...
다 욕심인걸까?? 욕심때문인걸까??